설득을 통한 변화의 여정
2026년 4월 3일
창업의 본질은 설득에 있다.
창업이란 결국 ‘설득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라는 시스템 속에서 창업가는 끊임없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투자자를 설득해 자본을 이끌어내고, 소비자를 설득해 지갑을 열게 하며, 궁극적으로는 시장 전체를 설득하여 기존의 질서를 재편하는 일이다. 그 설득이 충분히 강력할 때, 사회는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회학적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나는 오랜 시간 어떻게 사회에 발자취를 남길 수 있을까 고민해왔다. 기아와 차별, 폭력 등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고민은 나를 사회학으로 이끌었다. 사회학은 나에게 세상을 읽는 정교한 렌즈를 제공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 너머에서 구조적 불평등이 어떻게 발생하고 재생산되는지,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가 거대한 구조 안에서 어떻게 묻히는지를 이론과 데이터를 통해 배웠다. 그러나 구조를 분석하고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눈앞의 현실을 즉각적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배울수록 한 가지 질문이 선명해졌다. "그래서 나는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질문의 답을 찾아 떠난 여정
그 질문 하나를 마음에 품고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 질문 하나를 마음에 품고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학창 시절에는 우리 사회의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제안서를 작성하며 행정적 솔루션을 고민했고,, 대학에 들어와서는 연구실에서 데이터를 분석했다.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교환학생으로 1년간 영국에 머물며 답을 찾아보려 했고, 국제기구의 문을 두드려보기도 했다. 그렇게 돌고 돌아 결국 한 가지 생각이 고개를 내밀었다. 내 사업을 직접 시작해보고 싶다는 것. 실은 마음 한편에 줄곧 자리하던 생각이 마침내 수면 위로 올라온 순간이었다.
늘 아이디어는 있었으나, 한 번도 실행으로 옮겨본 적이 없었다. 취업과 고시의 갈림길 앞에서, 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 시도해보기로 다짐했다. 몸과 정신이 부서질 정도로 온전히 몰입해보자. 그리고 대차게 실패해보자. 그 실패를 딛고 일어나 한 번 더 시도해보자. 그 다짐으로 SPEC에 함께하게 되었다.
개인적인 실천에서 시장으로
내가 최근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푸드테크이다. 이 관심의 시작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실천에서 비롯되었다. 채식을 직접 실천하면서 대체육과 배양육 시장을 가까이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술의 발전과 시장의 확장 속도에 놀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을 더 깊이 알아갈수록 이상한 점이 눈이 띄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특히 국내에서의 실제 수요는 좀처럼 따라오지 않고 있었다. 육류를 대체하는 기술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공감 자체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나온다 한들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될 수 있을까.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설득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이 수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대중을 납득시키는 과정이 먼저 필요하다. 그 과정이 빠진 혁신은 시장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나는 그 간극 안에 뛰어들고 싶었다. 기술 외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혹은 기술 자체에 아직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는지를 직접 부딪히며 찾아보고 싶었다. 나아가 이 문제를 국내에만 국한하지 않고 해외 시장으로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해보고 싶다.
농식품 시스템에 관심을 가지다.
최근 농식품 관련 기관에서 근무를 하며 지속가능한 농식품 시스템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매년 농식품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약 20%에 달하며, 그 중 26%는 축산업에서 비롯된다. 매년 발생하는 10억 톤에 달하는 식품 폐기물의 상당량은 소비기한을 충분히 남긴 상태로 버려지는데, 이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만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10%가 추가로 발생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며 인류의 삶에 직격타를 날리고 있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수많은 식품이 버려지는 바로 그 순간에도 지구 반대편에서는 7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기아 상태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넘쳐나는 것과 굶주리는 것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 구조적 모순은, 단순한 분배의 문제가 아니라 농식품 시스템 전체를 재설계해야 하는 문제다. 그럼에도 이 분야는 그 중요성에 비해 성장세가 더뎠다. 긍정적인 신호는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글로벌 농식품 분야 투자는 연평균 22%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나는 바로 이 흐름 안에서 혁신을 이끌어보고자 한다.
SPEC에서의 여정
SPEC의 활동을 통해 농식품 시스템 안에서 아직 정의되지 않은 문제를 새롭게 포착하고, 그것을 구체적인 사업 아이디어로 전환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사회 문제를 읽는 시선은 갖추었지만, 그것을 투자자 앞에서 숫자로 말하는 법,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를 설계하는 법,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법은 아직 부족하다. 그 설득의 방법을 SPEC에서 익히고 싶다.
이 활동을 통해 결과적으로는 농식품 벤처 육성 지원 사업에 지원하거나 농식품 테크 창업 박람회에 출품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싶다. 아이디어를 실제 시장에 내놓고, 그것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분석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하며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최종적인 지향점은 개별 기업의 성공을 넘어선 ‘시스템 차원의 변화’다. 기업이 시장을 성공적으로 설득하면, 그 변화의 흐름은 결국 정책을 움직이게 된다. 그리고 정책의 변화는 사회의 구조를 바꾼다. 나는 장기적으로 FAO와 같은 국제기구, 정부 기관, 그리고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하며 지속 가능한 농식품 생태계를 구축하는 ‘임팩트 창업가’로 성장하고 싶다.
인터랙션을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