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미래에 도전하는 것
2026년 4월 3일
창업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오랫동안 멀게 느껴졌다. 창업은 대단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 같았고, 무엇보다도 너무 불안정하다는 인식이 컸다. 회사를 세운다는 것은 멋있어 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불확실한 길처럼 느껴졌다. 누군가는 자신의 아이디어 하나로 세상을 바꾼다고 말하지만, 나에게 아이디어는 세상에 당당히 내놓을 수 있는 자산이라기보다 쉽게 빼앗길 수 있는 불안한 무언가에 가까웠다. 특히 수업에서 창업 아이디어가 대기업에 의해 활용되거나, 더 큰 자본과 실행력을 가진 기업에게 밀려나는 사례를 접했을 때는 그런 생각이 더 강해졌다. 결국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자본과 인력, 네트워크를 갖춘 기업 앞에서는 개인이나 작은 팀이 버티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나는 창업보다는 큰 기업 안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는 삶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한동안 창업을 ‘도전적이고 멋진 일’이라기보다 ‘위험 부담이 큰 일’로 먼저 받아들였다. 누군가는 실패를 경험이라고 말하지만, 현실에서 실패는 시간과 비용, 감정까지 크게 소모하게 만든다. 그래서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보다는 ‘어떻게 저렇게 불확실한 길을 선택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안정된 진로를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스스로 더 어려운 길을 택하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러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실제로 창업에 진심인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내 생각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창업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이 발견한 문제를 외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어떤 불편함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았고, “왜 이건 아직도 이렇게 불편하지?”, “이건 이렇게 바뀌면 더 나아질 텐데” 같은 질문을 계속 던졌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그 질문을 머릿속에만 두지 않고 실제로 밖으로 꺼내어 알리려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창업이 단순히 회사를 세우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바라본 문제를 세상에 드러내고 해결 방식을 제안하는 행위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전의 나는 아이디어를 드러내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다. 괜히 말해봤자 누군가가 더 잘 가져가 버릴 수도 있고,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꺼냈다가 평가받는 것도 싫었다. 하지만 창업에 진심인 사람들을 보며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그들은 아이디어를 ‘뺏기면 끝나는 것’으로만 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왜 이 문제에 주목했는지, 왜 이것이 해결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풀고 싶은지를 꾸준히 설명하고 설득했다. 결국 창업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아이디어 하나만이 아니라,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그것을 끝까지 밀고 가는 실행력, 그리고 함께 공감할 사람들을 모으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누가 어떻게 실행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 것이다.
또한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낀 것은, 창업이 혼자 영웅처럼 해내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흔히 창업이라고 하면 뛰어난 한 사람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회사를 일으키는 장면을 상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혼자만의 능력보다 함께하는 사람들의 방향성과 협업이 훨씬 중요해 보였다.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 그것을 구체화하는 사람, 사용자 입장에서 고민하는 사람, 현실적인 실행 방안을 설계하는 사람이 함께 있어야 비로소 하나의 시도가 형태를 갖추게 된다. 그래서 나는 창업에 대해 다시 생각하면서, ‘내가 정말 창업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보다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더 가까워졌다.
물론 지금도 나는 창업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한다. 창업 과정에서 필요한 법적 절차나 자금 조달 방식, 시장 검증 방법, 투자 유치 과정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여전히 창업은 나에게 쉽고 익숙한 길은 아니다. 실패의 가능성이 크고, 책임도 무겁고,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점 역시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창업에 대한 두려움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그 두려움만으로 창업을 판단하지는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제 창업을 단순히 위험한 선택이 아니라,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실제로 바꾸기 위해 움직이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껴도 참고 넘어가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질문하고 실행한다. 나는 바로 그 지점이 창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느낀다. 창업이 반드시 성공한 기업가가 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작은 형태로라도 해결해 보려는 시도 자체가 이미 창업가적 태도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창업은 단순한 직업 선택지가 아니라 하나의 관점이자 자세처럼 느껴진다. 세상을 바라볼 때 불편한 점을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더 나은 방법을 상상해 보는 사람. 그리고 그 상상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힘을 모으는 사람. 나는 그런 태도가 멋지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안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고, 그래서 큰 기업 안에서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더 좋은 길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가치가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직 안에서 주어진 일을 잘하는 것과 별개로,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제안하는 태도 역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지금의 나는 창업에 대해 확신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 당장 창업을 하겠다고 말할 수도 없고, 스스로를 창업형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처럼 창업을 무조건 멀고 위험한 일이라고만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실행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점점 더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나 역시 혼자가 아니라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은 시작 정도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창업에 대한 나의 인식은 ‘나는 절대 하지 않을 일’에서 ‘아직은 낯설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도전’으로 바뀌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창업을 바라보는 가장 솔직한 현재의 마음일 것이다.
인터랙션을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