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창업이란?
2026년 4월 3일
창업이라는 단어가 내 삶에 이토록 깊숙이 들어오게 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특히나 경제학을 공부하던 나에게 창업은 불확실성이 가득한 너무나 이질적이고 위험해 보이는 분야였다. 그러다 우연히 작년 10월 AI 해커톤에 참여하게 되면서 나는 창업에 대한 세계를 알게 되었다. 당시 해커톤에서 막연하게 떠올린 아이디어가 비즈니스 모델을 다듬고 기술적 구현까지 도달한 과정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작년 10월의 AI 해커톤은 내 가치관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처음에는 그저 최신 기술인 인공지능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경험해보고 싶다는 가벼운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해커톤이 시작되고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며 고민하는 그 때의 그 전율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우리가 던진 막연한 아이디어가 기술과 결합하여 누군가의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실체로 변해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가치있는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박 3일 동안 팀원들과 밤을 지새우며 비즈니스 모델을 다듬고, 칠판 가득 기술적 구현 가능성을 검토하며 토론하던 그 시간은 나를 완전히 창업의 세계로 매료시켰다. 경제학적 관점에서만 보던 ‘시장’이 아니라, 내가 직접 가치를 창출하고 뛰어들어야 할 ‘운동장’으로서의 시장을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순간이었다.
해커톤에서의 강렬한 경험은 단순한 일회성 열정으로 끝나지 않았다. 대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이 아이디어를 단순한 프로젝트로 끝내고 싶지 않다는 강한 확신을 얻었다. 우리 팀은 곧바로 ‘예비창업패키지’ 합격과 ‘창업중심대학’ 프로그램 선정을 최종 목표로 설정하고, 해커톤 이후에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갔다. 학업과 병행하며 매주 회의를 하고, 정부 지원 사업 공고를 샅샅이 뒤지며 사업계획서를 고쳐 나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열정만 있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실제 사업화의 궤도에 올라타려는 시도는 상상 이상으로 험난하고 막막했다.
가장 먼저 맞닥뜨린 벽은 ‘지도자의 부재’였다. 우리 팀원 모두 창업이 처음이었기에, 우리가 작성한 사업계획서가 시장에서 통할 논리인지, 우리가 세운 가설이 유효한 것인지 판단해줄 멘토가 없었다. 매 순간 결정을 내릴 때마다 우리는 “이게 정말 맞는 길일까?”라는 의구심을 던져야 했다. 누군가 옆에서 "그 방향은 막다른 길이다" 혹은 "지금은 기술보다 수익 구조에 집중해야 할 때다"라고 한마디만 해줬더라면 하는 갈증이 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경험이 전무한 대학생들이 모여 사업의 방향성을 결정한다는 것은 마치 안개 속에서 길을 찾는 과정과 같았다.
현실적인 비용의 벽 또한 생각보다 높았다.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는 MVP 제작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개발 인력을 구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클라우드 서버 비용, 데이터 가공 비용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지출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대학생 신분으로 감당하기엔 MVP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예상보다 훨씬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었다. 자금 조달의 어려움은 팀의 사기를 꺾기도 했고, 기술적 구현을 위해 밤을 지새우는 날들이 길어질수록 '이 서비스가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이 우리를 괴롭혔다. 시장의 논리는 냉정했고, 우리가 가진 열정이라는 자본은 현실적인 인프라 비용 앞에서 무력해지기 일쑤였다.
이런 뼈아픈 과정을 거치며 나는 창업이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것 그 이상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사용자는 우리가 설정한 가설대로 움직여주지 않았고, 시장에는 책에서 배우지 못한 수천 가지의 복잡한 변수들이 존재했다. 특히 서비스를 구현하는 기술적 디테일을 챙기면서 동시에 이 모델이 어떻게 돈을 벌어다 줄 것인지, 즉 비즈니스 모델의 수익성을 수치로 증명해내야 하는 지점에서 나는 큰 한계를 느꼈다. 기획서상의 숫자와 실제 장부상의 숫자는 전혀 다른 언어를 쓰고 있었다.
그것이 내가 SPEC에 지원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이다. 지금까지의 활동이 창업이라는 거대한 산의 초입에서 맨땅에 헤딩하며 그 맛을 본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SPEC이라는 체계적인 환경 안에서 내 비즈니스 모델을 객관적으로 점검받고 싶다. SPEC의 커리큘럼을 통해 시장의 수요를 정교하게 읽어내는 법을 배우고, 내 아이템이 단순한 ‘좋은 기획’을 넘어 실제로 수익을 창출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생존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를 기르고 싶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먼저 거쳐 간 선배들의 조언과,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학회원들과의 치열한 피드백은 나에게 무엇보다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
내가 SPEC에서 얻고 싶은 또 다른 가치는 바로 ‘동료’다. 지난 몇 달간의 활동을 통해 창업은 결코 혼자 할 수 없는 영역임을 확인했다. 기획자의 시선과 개발자의 논리, 그리고 디자이너의 감각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여야만 비로소 제품이 탄생한다. SPEC에는 각기 다른 전공과 강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이곳에서 내가 가진 경제학적 분석 역량을 공유하는 동시에, 공학적 접근 방식이나 마케팅적 시각을 가진 학회원들과 교류하며 내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싶다. 우리가 겪었던 '지도자의 부재'라는 갈증을, SPEC의 건강한 비평 문화와 집단지성을 통해 채워나가고 싶다.
나의 궁극적인 목표는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가치가 공존할 수 있는 아이템을 실제로 출시해보는 것이다. 내가 꿈꾸는 비즈니스는 단순히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불편함을 실질적으로 해결하고 그 대가로 정당한 수익을 창출하여 다시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를 갖춘 모델이다. 아이디어가 현실의 벽에 막혀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SPEC에서 기획과 실행 사이의 빈틈을 메우는 여러 도전을 통해 성장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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