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적 게으름에서 벗어나기
2026년 4월 2일
창업씬에서는 ‘빠르게’가 중요한 가치처럼 작동한다.
문제를 빠르게 정의하고, 타겟을 설정하고, 검증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이 과정은 효율적이고, 실제로도 필요하다. 다만 그 흐름 안에서 종종 보이는 건, 충분히 이해되지 않은 것들이 그대로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는 점이다.
대충 정의된 문제, 대략적으로 설정된 타겟, 형식만 갖춘 검증.
이건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 꽤 익숙한 방식이다. 그리고 이 방식은 초반에는 잘 작동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논리도 맞고, 결과도 어느 정도 나온다. 그래서 멈추지 않는다.
나는 한동안 이런 흐름 속에서, 스스로를 인지적으로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끝까지 이해하지 않아도 넘어가고, 애매하게 납득한 상태를 그냥 ‘이해’라고 두는 습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단순히 게으름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끝까지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은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어떤 영역에서는, 적당히 이해하고 넘어가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설명이 완벽하지 않아도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고, 조금 어긋나도 다시 고치면 된다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럴 때는 자연스럽게 밀도가 낮아진다. 의식적으로 더 붙잡지 않으면, 그냥 흘러간다.
그런데 어떤 문제들은 그렇지 않았다.
이해가 되지 않으면 계속 걸리고, 설명이 되지 않으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고, 작은 어긋남 하나도 그냥 두기가 불편한 문제들. 그런 문제 앞에서는, 굳이 애쓰지 않아도 더 오래 머물게 된다. 질문을 한 번 더 하고, 가설을 한 번 더 의심하고, 끝까지 확인하려고 한다.
그래서 나에게 중요한 건, 어떤 영역이 더 어렵거나 더 대단한가가 아니라, 어떤 문제 앞에서 내가 그렇게 멈추게 되는가에 가까워졌다.
교육이 그렇다.
특히 언어를 다루는 문제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상태가 단순한 불편으로 끝나지 않는다. 일상에서 선택할 수 있는 범위 자체가 줄어들고,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된다. 그걸 알면서도, 학습이 막히는 지점을 대충 넘기는 방식에는 쉽게 동의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소한 막힘이나 이탈 지점들이 계속 눈에 남는다.
멘탈헬스도 비슷하다.
상태가 충분히 나빠진 뒤에야 개입이 시작되는 구조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 이전에 분명히 신호가 있었을 텐데, 그걸 다루지 못하고 넘어가는 방식이 계속 불편하게 남는다. 사후적인 대응이 아니라, 그 이전 단계에서 다룰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 두 영역이 특별해서라기보다는, 그 안에서 반복적으로 걸리는 지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동의되지 않는 방식, 설명되지 않는 구조, 그냥 지나가고 있는 문제들.
그런 것들이 계속 눈에 밟히는 영역에서는,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잘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더 불편하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인지적 게으름을 줄이려고 하기보다는, 어디에서 그 게으름이 작동하지 않는지를 본다.
그리고 그 기준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계속 걸리는가,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가.
결국 내가 붙잡게 되는 문제는 정해져 있는 것에 가깝다. 특별해서가 아니라, 계속 마음에 남기 때문에. 동의되지 않고, 납득되지 않고, 그대로 두기에는 불편해서.
그래서 창업을 하려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 불편함을, 그냥 두는 것보다,
해결하는 게 덜 불편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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