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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이트# AI

쓸모없음의 쓸모 : 효율의 사각지대

4월 1일69
정
정우찬

2026년 4월 1일

AI가 점령한 '효율'의 영토에서 던지는 질문

우리는 지금 모든 정답이 실시간으로 도출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 최적화, 논리적 추론 등 과거 인간의 지성이 담당하던 효율의 영역은 이제 AI의 전유물이 되었습니다. AI는 지치지 않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며, 단 몇 초 만에 가장 비용 효율적인 해답을 내놓습니다. 

그러나 기이한 현상은 여기서 발생합니다. 기술의 지평이 이토록 넓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전히 AI가 이미 인간보다 수천 배는 더 잘해낼 수 있는 영토 안에서 기약 없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정답이 정해진 시험, 기계적인 암기, 규격화된 자격증 취득에 매몰되어 자신이 현재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조차 망각한 채 '인생 꼬리물기'를 반복합니다. 

이런 상황은 이미 엔진이 발명된 시대에 가장 빠른 말발굽을 갖겠다며 채찍질을 멈추지 않는 격입니다. 남들이 가는 길을 무작정 뒤쫓으며 얻어낸 그 효율적인 스펙들이 정작 AI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얼마나 무력하게 휩쓸려갈지 고민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관성적 태도는 인간을 스스로 대체 가능한 부품으로 전락시키며, 우리를 고유한 사유를 잃어버린 수동적 존재로 고착시키고 있습니다.

저는 통계학을 공부하며, 이런 생각을 특별히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추구해온 '효율'은 결국 나를 AI라는 거대한 엔진의 하위 호환 부품으로 만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통계적 유의미성만 쫓느라, 정작 그 데이터가 대변하는 '살아있는 인간의 복잡한 마음'은 무의미한 노이즈로 제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시대에서 저희는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인간 창업가에게 남은 영토는 어디입니까? AI가 세상의 모든 쓸모 있는 정답을 다 맞힌다면, 인간은 그저 시스템의 수동적인 이용자로 전락해야 합니까? 저는 역설적으로 AI가 도달할 수 없는 효율의 사각지대, 즉 세상이 쓸모없다고 밀어내었던 지점이야말로 인간 창업가가 진정한 존재자로 설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고 믿습니다.

AI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비효율의 숭고함 

AI의 근간은 데이터와 최적화입니다. 즉, 과거에 존재했던 것들을 조합하여 가장 확률 높은 미래를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창업은 확률보다는 의지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AI에게 오류는 제거해야 할 대상이지만, 인간에게 오류는 새로운 발견의 통로입니다. 아무런 목적 없이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풍경에서 영감을 얻거나, 실패한 프로젝트의 잔해 속에서 전혀 다른 사업 아이템을 발견하는 것은 오직 인간만이 가진 비효율적 창의성입니다. 

통계학에서 이상치는 골칫덩이입니다. 전체적인 경향성을 왜곡하고 예측 모델의 정확도를 떨어뜨리는, 반드시 정제되어야 할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회귀 분석을 수행하며 설명력을 높이기 위해 기계적으로 이상치를 제거하도록 배웠습니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실전의 무대에서, 저는 문득 멈춰 섰습니다. 만약 그 제거된 데이터 한 점이, 대표값이 결코 설명할 수 없는 시장의 숨겨진 임계점이라면?

AI와 통계 모델은 평균적인 인간을 상정합니다. 가장 많은 데이터가 모인 지점을 공략하는 것이 확률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평균적인 인간이란 실존하지 않는 허상에 가깝습니다.

모두가 똑같이 좋아하는 것은 아무도 열광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 분석이 "사람들은 비싼 가방을 좋아한다"고 말할 때, 어떤 이상치는 "나는 비싸지 않아도 나만의 이야기가 담긴 낡은 캔버스백이 좋다"고 외칩니다. AI는 이 외침을 모델의 오차로 취급해 지워버리지만, 창업가는 그 외침에서 '에코백 열풍'이나'빈티지 마켓'이라는 새로운 시그널을 읽어냅니다.

이는 단순히 감성적인 접근이 아닙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AI가 제안하는 평균 전략은 레드오션으로 향하는 지름길입니다. 반면, 남겨진 데이터가 홀로 존재하는 곳에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갈증들이 고여 있습니다. 

나의 창업 목표: ‘이상치’를 비즈니스 언어로 번역하기

저는 아직 이상치를 비즈니스 언어로 번역해내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숫자가 대변하지 않는 인간의 깊은 욕망과 본성을 어떻게 수익 모델로 구조화하고 시장가치로 증명해낼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거대한 물음표가 남아있습니다. 저의 창업목표는 AI가 포착하지 못하는 인간의 비논리적 애착과 정성적 가치를, 자본주의가 이해할 수 있는 돈의 흐름으로 치환해내는 것입니다.

효율적인 시스템은 비용을 절감하지만, 가치가 있는 비즈니스는 고객이 기꺼이 지갑을 열게 만드는 지불 용의를 창출합니다. 특히 자본과 인프라가 압도적인 거대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스타트업에게 효율은 결코 승부처가 될 수 없습니다. 이미 최적화된 프로세스와 규모의 경제를 갖춘 기업들을 상대로, 동일한 효율의 논리로 맞서는 것은 패배가 예정된 전쟁터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사람들이 자신의 소중한 자원을 기꺼이 ‘비효율적’으로 소비하고 싶게 만드는 심리적 기제를 정교한 비즈니스 로직으로 설계하고 싶습니다. 논리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SPEC의 철칙처럼 수익으로 설명되는, 거대 기업의 표준화된 알고리즘이 놓치고 있는 그 틈새를 주저 없이 공략하는 것이 진정한 비즈니스라고 확신합니다. 그것이 제가 창업으로 뛰어들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데이터는 과거를 말하지만, 창업가는 미래를 씁니다.

결국 미래의 창업은 가장 인간다운 것이 무엇인가를 증명하는 싸움이 될 것입니다. 모든 것이 자동화되고 최적화되는 세상일수록,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누군가의 진심이 담긴 비효율적 정성에 반응할 것입니다.

통계학은 95%의 신뢰구간 안에서 안전한 결론을 내리는 학문이지만, 창업은 단 1%의 가능성만 보여도 자신의 실행력으로 그 확률을 100%로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알게 되었고, 아무리 정교한 기획이라도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공상에 불과하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이 막연한 창업의 과정은 SPEC의 동료들과 함께일 때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 믿습니다. 서로의 아이디어에 날카로운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각자의 가설은 시장에서 작동하는 실체로 거듭날 것입니다. 정해진 정답을 맞히는 관성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비즈니스 모델로 수익과 가치를 증명해 나갑시다.

정
정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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