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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하는 재미

7월 12일46
김영인
김영인

2026년 7월 12일

사업하는 재미

사업은 재미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서가 아니다. 사업을 하면 성공과 실패를 가장 날것에 가까운 형태로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업의 결과는 정직하다. 내가 잘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커지고, 내가 못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잘한다’와 ‘못한다’는 말은 단순하지 않다. 상품의 완성도, 시장의 흐름, 자금, 사람, 시기, 판단력처럼 수많은 요소가 얽혀 있다. 우리가 흔히 운이라고 부르는 변수도 존재한다.

그러나 사업에서는 운조차 어느 정도 판단의 영역으로 되돌아온다. 정권이 바뀐 뒤 내가 준비하던 사업이 크게 축소되었다면 운이 나빴다고 말할 수 있다. 동시에 외부 환경에 지나치게 의존한 사업 구조를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책임도 내게 있다. 반대로 우연히 만난 고객이나 투자자가 나를 좋게 보아 큰 지원을 해주었다면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자리에 나를 위치시키고, 기회를 받을 만한 상태를 만들어 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다.

사업에서 모든 결과를 개인의 능력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결과에 대한 해석과 대응을 타인에게 미룰 수 없다는 점이다. 성공했을 때 그 성과는 나의 것이고, 실패했을 때 그 손실도 나의 것이다. 권리와 책임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내가 가진 지분만큼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갖고, 그만큼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 그 책임은 무겁지만, 오히려 그래서 기꺼운 면도 있다. 성공과 실패가 모두 나의 경험으로 남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일할 때는 책임의 경계가 이보다 모호한 경우가 많다. 일이 잘못되었을 때 원인을 여러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날 컨디션이 좋지 않았을 수도 있고, 사수가 충분히 알려주지 않았을 수도 있다. 회사가 개인의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과도한 업무를 맡겼을 수도 있고, 조직의 비효율적인 시스템이 문제였을 수도 있다.

이러한 설명은 실제로 모두 타당할 수 있다. 문제는 원인이 여러 사람과 구조에 분산될수록 내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가 흐려진다는 데 있다. 잘못의 결과도 온전히 내게 돌아오지 않는다. 나 대신 상급자가 책임을 지기도 하고, 회사가 재정적 손실을 부담하기도 한다. 개인의 실패는 조직의 실패 속에 흡수되고, 개인의 기여 역시 조직의 성과 속에 분산된다.

나는 이런 모호함을 늘 답답하게 느꼈다. 그것은 단순히 “내 문제이니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도덕적 태도와는 조금 다르다. 책임의 소재가 불분명해질수록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기 어려워지고, 그만큼 성장의 기회도 줄어든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사업에서는 실패했을 때 적어도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내 판단이 틀렸다.
내 준비가 부족했다.
내가 이 변수를 보지 못했다.
그러니 다음에는 이렇게 고쳐야 한다.

반면 조직 안에서는 문제를 마주한 뒤 한 번 더 의심하게 된다.

이것이 정말 내 잘못인가.
구조의 문제는 아니었는가.
내게 주어진 조건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

이 질문들은 필요하다. 모든 책임을 개인이 떠안는 것 역시 건강한 태도는 아니다. 그러나 내게는 이 의심의 과정이 때때로 학습을 늦추는 장치처럼 느껴진다.

나는 나 자신을 잘 안다. 하나를 직접 겪어야 하나를 배우는 사람이다. 그런데 책임이 열 사람에게 나뉘는 구조에서는 실패 역시 열 조각으로 분산된다. 내가 저지른 실패가 전체의 10분의 1이라면, 나는 10분의 1만큼 책임지고 10분의 1만큼만 배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낀다.

그래서 나는 가능한 한 직접 도전하고, 직접 실패하려 한다. 실패를 피하기보다는 그것을 오롯이 나의 양식으로 만들고 싶다. 사람은 실패가 뼈아플수록 더 선명하게 배운다. 어떤 판단이 잘못되었는지, 무엇이 부족했는지, 다음에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오래 기억하게 된다.

이런 태도 때문에 나는 자주 조급해진다. 아직 사회에서 한 사람의 몫을 충분히 하고 있지 못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 부족함은 내가 능력이 없어서라기보다, 아직 충분히 실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패를 적게 겪었기 때문에 판단의 기준도 적고, 감당할 수 있는 책임의 크기도 아직 작다는 것이다.

남들과 다른 순서로 살아가는 일도 조급함을 키운다. 많은 사람은 재정적 문제를 먼저 해결한 뒤 마음이나 진로의 문제를 고민한다. 나는 반대로 마음과 진로의 방향을 먼저 정한 뒤, 재정적 문제를 그에 맞추어 해결하려 한다. 나는 이 순서가 내게 더 적합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문제를 공유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때때로 고립감을 만든다. 같은 나이대의 사람들이 취업, 월급, 승진, 자산 같은 문제를 이야기할 때 나는 다른 종류의 고민을 하고 있다. 서로의 고민을 이해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공감하기는 어렵다. 같은 사회에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 점에서 사업은 이상하게도 고립감을 덜어 준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같은 길을 걷기보다 각자의 길을 걷는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전제로 한다. 분야도 다르고, 속도도 다르고, 목표도 다르다. 서로 멀리 떨어진 채 각자의 일을 하고, 때때로 상대의 성과를 바라보며 응원한다.

그래서 타인이 나를 원하지 않더라도 비교적 덜 상처받는다. 내가 아직 뚜렷한 실적이 없기 때문일 수 있고, 분야가 다르기 때문일 수 있으며, 서로의 관심사가 맞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관계의 실패를 실리적인 조건으로 해석할 여지가 커진다.

그 덕분에 나는 불필요한 질문에 오래 매달리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인간적으로 매력이 없는가.
내가 사회생활을 너무 못하는가.
타인과 관계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미숙한가.

물론 이런 질문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나는 계속 나의 것을 만들고 발전시킬 수 있다. 타인의 인정이 없더라도 내가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래서 사업은 재미있다.

성공도 실패도 나의 것이고, 권리도 책임도 나의 것이다. 내가 선택한 아이템도, 그것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내린 판단도, 그 결과로 얻는 경험도 모두 내게 남는다. 잘되든 잘되지 않든 그것은 성장의 양분이 된다.

사업을 하면서 나는 나 자신의 최대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시험한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검증하고, 결과를 통해 피드백을 받고, 잘못된 부분을 고친다. 다시 시도하고, 다시 실패하고, 때로는 이전보다 나은 결과를 얻는다.

자신을 시험하고, 결과를 확인하고, 수정한 뒤 다시 세상에 내놓는 과정. 나는 아마 그 과정에 중독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김영인
김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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