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만 하는 삶에서 벗어나자
2026년 4월 3일
살아오면서 '배움'이란 언제나 일방통행이었다. 초등학교 입학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교사가 설명하면 받아 적고, 책이 서술하면 읽고 외우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지식은 쌓였지만, 그 지식을 재료 삼아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경험은 늘 멀게만 느껴졌다. 알고 있는 것들을 활용해 직접 세상에 부딪히고, 창조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깊이 있게 실천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자각하게 되었다. 그 자각은 작은 답답함으로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뚜렷한 갈증으로 변해갔다.
그 갈증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준 것은 주변에서 마주친 몇몇 사람들이었다. 대단한 성과를 이룬 사람들이 아니었다. 거창한 계획서 없이도 자기만의 꿈을 품고, 그것을 조금씩 현실로 옮기는 사람들이었다. 누군가는 소박한 아이디어 하나로 작은 가게를 열었고, 누군가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묵묵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막연하게 '멋있다'는 감정이 들었다. 생각에 그치지 않고 실천하는 삶,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태도가 나에게는 없는 무언가처럼 느껴졌다.
대학생이라는 신분은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터무니없는 꿈을 꿀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유연함이 있고, 아직 굳어지지 않은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 있다. 그 시간을 강의실 안에서만 보내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수업의 울타리를 벗어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었고, 그 첫걸음으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SPEC을 알게 되었다.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좋은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좋은 출발점이 될 것 같다는 직감이었고, 그 직감을 믿고 무턱대고 지원서를 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의 나에게는 구체적인 창업 계획이 없다. 남들처럼 정교하게 다듬어진 사업 아이디어도, 반드시 내가 주도해야겠다는 욕심도 없다. 하지만 그것이 부끄럽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나는 창업이 한 사람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믿음이 있다. 창업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이디어를 제시하지 못하더라도, 팀이 나아가는 방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것을 최선을 다해 해내는 것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SPEC에서 배우고 싶은 것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함께한다는 것의 무게와 방식, 그리고 팀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가는 법을 직접 몸으로 익히고 싶다.
경제학과에 진학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 구조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본은 소수에게 집중되고, 사회를 실질적으로 떠받치는 노동자 계층은 점점 더 소외되어간다는 현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성장의 과실이 고르게 돌아가지 않는 구조, 태어난 환경이 삶의 궤도를 결정짓는 현실은 단순한 학문적 관심을 넘어 개인적인 문제의식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수업을 들으면 들을수록 때로는 회의감이 찾아오기도 했다. 나보다 경제학을 더 좋아하고 훨씬 깊이 공부한 사람이 세상에는 넘쳐나는데, 내가 이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그 물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창업이라는 렌즈를 통해 경제학을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지식 그 자체보다 그것을 어떤 방향으로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내가 배운 것들이 사회에 작은 영향이라도 미칠 수 있다면 지금의 공부는 결코 허튼일이 아니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 확신은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맞물리면서 더욱 구체적인 고민으로 이어졌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기술 앞에서 인간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자주 생각하게 된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한 사람이 기술을 활용해 처리할 수 있는 일의 양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일의 양이 아니라 방향성이다. 기술이 강력해질수록 그것을 어디를 향해 쓰느냐가 그 사람의 가치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더 많은 돈을 버는 수단으로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방향으로 그 가능성을 펼칠 수 있다면 훨씬 가치 있는 삶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언젠가 내가 관여하게 될 창업의 방향이 있다면, 그것이 어떤 분야이든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계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식이었으면 한다. 다양한 혜택과 기회를 사회적 계층에 상관없이 누릴 수 있는 환경, 그런 세상을 조금이라도 앞당기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SPEC은 나에게 지식을 습득하는 공간이 아닌, 지식을 꺼내어 쓰는 공간이 되어주길 바란다. 취업을 하든 창업을 하든, 결국 나는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사람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연습을 하고, 함께하는 것의 가치를 배우며,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조금씩 발견해 나가고 싶다. 완벽한 준비보다 용기 있는 첫걸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미 지원서를 내는 순간 배웠다. 이제 그 걸음을 SPEC과 함께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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