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이라는 틀
2026년 4월 3일
나는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다. 아주 거창한 의미에서의 발명가나 사업가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하나의 구조를 만들고, 그 구조가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는 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그냥 생각으로 두지 않고, 그것을 글로 쓰고,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무대 위에 올리고, 시스템으로 정리해왔다. 그래서 나에게 창업은 돈을 벌기 위한 선택이라기보다, 내가 계속해서 무언가를 만들며 살아가기 위한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이다.
나는 창작을 해온 사람이기도 하고, 동시에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연극을 만들 때에도 나는 단순히 이야기를 쓰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야기의 구조를 설계했고, 장면의 흐름을 설계했고, 배우와 스태프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시스템처럼 정리했다. 공연을 한 번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수많은 선택과 조정과 문제 해결이 필요했고, 나는 그 과정에서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을 만든다는 느낌을 받았다. 창작은 감정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매우 구조적인 작업이다. 그리고 나는 그 구조를 만드는 과정이 좋았다.
코딩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신기해서 시작했지만, 점점 나는 프로그램의 기능보다 구조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 것인가보다, 이 프로그램이 어떤 구조로 작동해야 하는가를 먼저 생각했다. 예를 들어 좌석 예약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하면, 단순히 예약과 취소 기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좌석이라는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어떤 자료구조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지, 사용자가 어떤 흐름으로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될지를 먼저 설계했다. 나는 이런 식으로 문제를 구조로 바라보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창업도 결국은 하나의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나는 사람들이 생각을 정리하고, 이야기를 만들고, 발표를 준비하고, 창작을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구조적인 도구를 만들고 싶다. 세상에는 이미 많은 생산성 도구와 메모 프로그램이 있지만, 대부분은 단순히 기록을 저장하는 기능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은 기록을 저장하는 도구가 아니라, 생각의 구조를 만들어주는 도구이다. 예를 들어 발표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주장과 근거와 예시를 쌓아가는 구조를 만들 수 있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장면과 인물과 사건의 구조를 정리할 수 있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사람이라면 이전 버전으로 돌아가면서 아이디어의 발전 과정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창업을 통해 단순히 하나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하는 방식 자체를 도와주는 도구를 만들고 싶다. 사람들은 대부분 머릿속에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구조적으로 정리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생각이 있어도 표현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논리적으로 정리하지 못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발전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도와주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생각을 구조로 바꾸는 도구, 아이디어를 발전 과정으로 기록하는 도구, 논리를 쌓아가는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는 도구를 만들고 싶다.
SPEC 활동에 지원한 이유도 이와 연결되어 있다. 나는 혼자서 무언가를 만드는 것도 좋아하지만,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특히 창업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는 일이다. 기획을 하는 사람, 디자인을 하는 사람, 개발을 하는 사람, 사용자를 이해하는 사람이 함께 모여야 하나의 서비스가 만들어진다. 나는 지금까지 비교적 혼자서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제는 팀으로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다. SPEC 활동은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또한 나는 단순히 결과만 만드는 활동보다, 과정 속에서 배우는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SPEC 활동을 통해 내가 기대하는 것은 단순히 창업 아이템을 하나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발견하는 방법, 사용자 관점에서 생각하는 방법, 서비스를 설계하는 방법, 팀으로 협업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특히 나는 지금까지는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데에 더 익숙했지만, 앞으로는 사람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드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창업은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SPEC 활동을 통해 내가 가지고 있는 창작 경험과 구조 설계 경험, 그리고 코딩 경험을 연결해보고 싶다. 나는 이야기를 구조로 만들 수 있고, 시스템을 구조로 설계할 수 있고, 그것을 실제 프로그램으로 구현할 수 있다. 이 세 가지를 연결하면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 가능성을 SPEC 활동에서 실험해보고 싶다.
내가 팀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생각해보면, 나는 아이디어를 구조로 정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팀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면, 그것을 정리하고, 기능을 나누고, 흐름을 설계하고, 실제로 구현 가능한 형태로 바꾸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나는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갑자기 떠올리는 사람이라기보다, 이미 나온 아이디어를 실현 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사람에 가깝다. 그리고 창업에서는 이런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아이디어는 많지만, 그것을 실제 서비스로 만드는 과정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창업을 거창한 성공 이야기로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창업을 하나의 제작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연극을 만들듯이, 프로그램을 만들듯이, 하나의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 과정을 해보고 싶은 사람이다. 실패할 수도 있고, 잘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만든 무언가가 세상에 나와서 누군가에게 사용되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 그것이 내가 창업을 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이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무언가를 만들며 살 사람이다. 글을 쓰든, 프로그램을 만들든, 무대를 만들든, 서비스를 만들든, 나는 계속 구조를 만들고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창업은 그 모든 것을 하나로 연결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창업을 하고 싶다. 그리고 SPEC 활동은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이 실패하고, 많이 수정하고, 결국에는 하나의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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